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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 압수수색에서 디올(Dior) 제품 20여 점과 로저비비에(Roger Vivier) 클러치백을 확보했다. ‘관저 이전 공사 특혜’와 ‘대가성 명품 수수’ 의혹이 동시에 부각되며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6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를 압수수색해 △디올 재킷 16벌 △허리띠 7개 △팔찌 4개 등 총 20여 점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김태영 대표와 배우자 조 모 씨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특검은 이들 부부가 관저 공사 수주를 대가로 김 여사에게 디올 제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디올코리아 본사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여 21그램 측 구매내역을 확보했으며, 이번에 압수된 물품과 대조해 실제 전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김 여사가 해당 물품을 직접 수수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영장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기재됐다. 특검 관계자는 “관저 이전과 관련된 의혹이기 때문에 업체 측이 피의자이며 금품 수수 경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과 함께 ‘김기현 의원 당대표 당선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모도 발견됐다. 해당 가방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배우자가 2023년 3월 전당대회 이후 김 여사에게 선물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며 “청탁이나 대가 관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 측도 “100만 원대 가방 수수를 인정하지만 사회적·의례적 차원의 선물로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은 가방 전달 시점과 편지 내용 등을 근거로 김 여사가 여당 내 정치적 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통일교 세계본부 윤영호 전 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함께 김기현 당선을 도왔다”고 진술한 바 있어, 특검은 로저비비에 가방이 ‘감사의 표시’였는지 아니면 ‘정치적 대가성 선물’이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는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서 비롯됐다. 21그램은 건설업 면허가 없는 무자격 업체임에도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실과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21그램은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후원사이자 사무실 시공을 맡은 업체로 친분을 바탕으로 공사를 수주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21그램이 특혜를 받았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지난해 9월 “계약 허가 전 공사 착수, 무자격 하도급 등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실 감사’ 논란이 제기되면서 해당 사안은 특검 수사로 넘어갔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명품으로 드러난 국정 사유화 게이트”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대통령 부부가 명품과 특혜를 맞바꾼 전방위적 권력형 비리 의혹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김건희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도와줘 명품을 받았느냐”며 “윤석열 정권의 로비 창구였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또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비례대표 약속 대가로 지원받은 혐의까지 받고 있다”며 “정교유착에 이은 정치 로비 게이트로 국정 농단급 범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사회적 예의 차원의 선물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특검이 민중기 개인 의혹을 덮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특검팀은 현재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21그램 대표 부부와 김 여사 측 인사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기존 범죄사실과 별건의 새로운 혐의에 따른 것으로 필요한 물증 확보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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