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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합참)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도 높은 인적 쇄신에 착수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최근 합참 소속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을 전면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지휘의 중추인 합참의 대대적 물갈이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조치로 이재명 정부의 ‘비상계엄 청산’ 기조가 군 인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참에는 장군 약 40명, 대령 100여 명, 중령 400~500명이 복무 중이며 이 가운데 2년 이상 근무자는 절반가량인 300명 수준이다. 진 의장의 지시가 그대로 이행될 경우 연말까지 합참 장교 300여 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다.
진 의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비상계엄에 가담한 것은 명백한 내란 행위”라며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로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부가 9월 첫 대장급 인사에서 4성 장군 7명을 전원 교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장 이하 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2차 물갈이’에 나선 셈이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를 이르면 다음 주 단행할 예정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예결위에서 “합참의장이 적법 절차를 유지한 가운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연한이 찬 인원을 순차적으로 교체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 장관은 “합참 장군을 100% 교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합참 장성 교체 비율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 교체 비율이 40~50%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절반 이상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중령급은 이달 말, 대령·장성급은 다음 달부터 내년 1월 사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대규모 인사는 단순한 보직 순환이 아니라 ‘비상계엄 잔재 청산’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 국방부는 지난 8월부터 감사관실 주도로 계엄 가담자 조사를 실시해 연루 의혹이 있는 장성들을 진급 대상에서 배제할 근거를 마련했다.
안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에서 “확인이 되면 승진 배제는 물론, 진급 후라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도 “내란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직접 지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해체’ 이후 최대 규모의 숙정 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합참 내에서는 “계엄 사태로 훼손된 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지휘 체계의 연속성이 흔들려 작전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현재 국방부는 중장(3성)급 30여 개 보직 가운데 20여 개를 교체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이 중에는 합참 작전본부장, 수도방위사령관, 공군·해군작전사령관 등 요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합참의 핵심 간부였던 이승오 작전본부장은 비상계엄 연루 혐의로 지난 8월 직무에서 배제됐다.
국회 국방위원장 성일종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중장 보직 33개 중 12개(36%)가 공석 상태다. 수도방위사령관과 방첩사령관 자리가 반년 넘게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인사로 지휘 공백이 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 후 반복되는 ‘정치적 숙군(肅軍)’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상계엄을 빌미로 군을 내란 세력으로 몰고 충성 경쟁식 코드 인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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