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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 위기에 봉착한 문명 전환 시대에 살고 있다. 가뭄과 잦은 산불·폭우·폭설·이상 난동 및 이상 한파 등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어 대비가 시급함을 뒷받침한다. 이런 기후 재난은 인간이 자초했다. 무분별한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개발과 남벌·남획의 자연환경 파괴, 과소비 등이 그것이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할 때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유지되면 2100년쯤에는 국내총생산(GDP)이 5분의 1 넘게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후 대응 시나리오별 분석’ 보고서의 결론이다. 국내 GDP는 별도의 기후 대응 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2050년에 기준 시나리오 대비 1.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50년 뒤에는 피해가 급격히 늘어 GDP가 무려 21%나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50∼60% 감축’과 ‘53∼60% 감축’ 방안 중 하나로 이번 주 결정한다. 현행 목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산업계 간 찬반이 갈린다. 환경단체 등은 60%대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주요국은 60% 이상 감축을 제시했고,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2035년까지 61% 감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그 편익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반면 산업계는 두 안의 감축 목표 하한선이 모두 산업계 제시안(48%)보다 높게 책정됐다며 우려했다. 산업계는 국내 기업의 감축 역량을 웃도는 수치라며 배출권 구매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거나, 감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사실 정부의 NDC 제시안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철강·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 등 제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계가 내놓은 NDC 하한선도 최대한 짜낸 안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는 등 탄소 제로 기술 전환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안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가뜩이나 미국발 고관세, 중국 저가 공세에 밀려 국내 제조업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더 지우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NDC 하한선이 53%로 확정될 경우 국내 주요 기업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이 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주요 제조업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2035년 NDC 목표가 7∼10% 수준이기에 제조업에서 중국과 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재명정부는 오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 따라 오는 2038년까지 폐지되는 석탄발전소는 총 61기 중 37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나머지 24기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 등이 향후 12차 전기본에서 논의될 수 있고 2035 NDC 감축 시나리오를 본격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 대한 인위적인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대책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에 대체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길 바란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되, 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대신 천연가스 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활용 증대 등 에너지 전환을 치밀하게 수립해 시행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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